스타크래프트의 e스포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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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우연히 접하게된 스타크래프트 경기가 생각보다 너무 재밌었다.
프로레슬링에서나 나올법한 선수들의 구도라던가.
축적된 많은 전술정보를 익히고, 예측하고 있는 진행자라던가.
빠른 게임 진행, 그리고 한 순간에 역전이 연출되는 상황이 너무나도 재밌었다.

사실 예전에 스타크래프트가 한창 방송타면서 스포츠 경기화되려고 했을때  한철 유행이지 이렇게 장기간 성공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때의 어설픈 진행과 일반인보다 조금 잘하는 수준의 아마추어 플레이어는 이제 완전한 의미의 프로게이머로 변모했다고 느껴진다.
정말이지 고수 플레이어간의 접전을 보면 손에 땀을 쥘정도로 흥미진진하다.
거기에 이전 게임의 전적으로 선수간에 상성 구도를 만든다거나 조금 유치하지만 별명을 지어주는 것도 재밌고 좋다.

스타크래프트가 대중적인 게임이되고 스포츠화 된 이유를 생각해봤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스타크래프트는 우리나라에 인터넷망이 깔리는 당시에 즐길 수 있는 몇 안되는 게임이였다.  피씨방이라는 존재자체가 그룹지어 놀기 좋은 문화를 만들었고, 스타크래프트는 거기에 부합했다.  시기적으로도 별다른 경쟁 타이틀이 없어 대중화되기 매우 좋은 조건이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우리나라의 많은 플레이어가 스타크래프트의 규칙을 알아버렸다는 것이다.  스타크래프트의 자원은 어떤것들이 있으며, 어떤 건물을 지어야 어떤 유닛을 나오는지 상세한 테크트리를 머리에 새겨버렸다.
이로 인해서 방송을 했을때 초기 접근성이 매우 뛰어났다.  선수가 무엇을 진행하는지, 시청자들은 자기만의 생각을 가지고, "거기서 그렇게 하면 안되지!" 혹은 "아~  저렇게 하지말고 이렇게 했으면 더 좋은 결과가 나왔을텐데..."등의 말을 내뱉고 경기를 몰입하면서 볼 수 있었던 것이었다.

또 다른 이유로 떠오르는 것은 게임의 빠른 진행이다.
플레이어와 다르게 시청자는 아무런 조작도 하지 않고 방송을 지켜봐야한다.
뭔가 극적인 경쟁을 바라고 보는 시청자들에게, 전투와 같은 흥미진진한 변화를 보기  위해 수십분씩 기다려야한다면 볼 사람이 적어질 것이다.
스타크래프트의 게임 진행은 상황이 빠르게 바뀌기 때문에 알쏭달쏭한 광고들처럼 뭔지 잘 모르더라도 계속 지켜보게 만들었다.

스타크래프트의 장르는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이다.
전략시뮬레이션의 기본적인 속성은 게임내의 시작 조건이 평등하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고전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인 장기도 경기 진행중의 상황은 항상 다르다.
어떤 순서로 이동을 진행했고, 어떤 위치로 공격했느냐가 전부지만 완벽하게 같은 상황이 재현될 가능성은 매우 적다.
장기도 이런데 스타크래프트같은 픽셀단위의 맵이동과 지형까지 있고, 장기의 말과 같은 유닛들은 세부적인 상성 관계까지 가지고 있다.
선택에 따라 다음 상황이 판이하게 바뀌며, 매 순간 생각하며 선택을 해야하는 상황 자체가 구경하는 사람에게 재밌다는 것이다. 시청자도 시청자 나름의 전략을 머리속에 그리며 그것과 비교하며 보는 즐거움도 클 것이다.

가장 중요한 이유로 생각되는 것은 역시 완벽에 가까운 밸런스다.
스타크래프트는 개성있는 세 종족에 여러 유닛과 수많은 전략이 있으며, 유닛은 모두 상성관계를 가지고 있고 전략 또한 타파할 수 있는 다른 전략이 존재한다. 따라서,  필승의 완벽한 전략은 없는 것이다.
블리자드는 수많은 패치를 통해 플레이어들의 의견을 수렴했으며, 우회적인 승리 혹은 필승에 가까운 전략들을 무효화시켜나갔다.
완벽에 가까운 게임 밸런스를 갖게 됨으로써, 게임 내의 경쟁은 많이 반복되도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기때문에 플레이어는 게임 자체를 탓하지 않고 자신의 실력을 탓하며 게임에 또다시 몰입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스타크래프트와 같은 전략시뮬레이션이 아닌 다른 장르가 스포츠화 될 수 있을까?
조심스레 결론을 내려보길 다른 장르가 스포츠화되긴 쉽지 않다는 것이다.
게임을 하는 사람이 아닌 구경하는 사람이 재밌으려면 다음과 같은 조건이 충족되야된다고 생각한다.

첫째로 공간적인 전술적 요소를 갖추고 있어야한다.
서로 움직이지도 않은채 가만히 서서 계속 싸운다면, 플레이어 당사자들은 몰라도 구경자가 재밌을리 만무하다.
RPG의 PVP가 스포츠화된다면 필드를 여기저기 뛰어다녀서 전술적 우위를 누릴 수 있으면 극복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이 이슈에 대해서 이미 FPS는 생명점을 채우거나 일시적으로 무기를 얻거나 강화시키는 등의 전술적 잇점을 얻을 수 있다.

둘째로 게임의 규칙이 한정적이어야한다.
시청자가 게임의 규칙을 모를수록 구경하는 재미는 떨어진다.
축구를 보는데 오프사이드가 뭔지 몰라서 경기가 왜 중단됐는지에 의문을 품거나,
야구에서 공 네번 던지더니 방망이 버리고 1루로 뛰어가는 이유를 모른다면 매우 황당할 것이다.
규칙이 많을수록, 그리고 규칙들이 일상과 동떨어진 것 일수록 숙지하기 힘들어질 것이다.
RPG처럼 오만가지의 아이템옵션과 다양한 기술들, 거기에 무한에 가까운 업데이트들의 정보량을 대다수의 시청자들이 따라잡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 이슈에 가장 가능성이 컷었던 게임은 성장과 아이템, 그리고 캐릭터 기술이 비교적 한계가 명확하고, 조합을 유도한 길드워라고 생각된다.

셋째로 항상 다른 결정을 내려야만 하는 상황이 닥쳐야한다.
RPG는 조건에 대응하는 패턴만 만들어도 될 정도로 의사결정 조건이 크게 어렵지 않다.
액션게임은 위에 두조건에 부응하는 요소들을 많이 만들 수 있을꺼라고 생각되지만,
전술적인 상황을 만들기가 매우 힘들꺼라고 생각된다.

생각을 종합 정리해보면, RPG는 재미를 위해 너무나 많은 규칙을 필요로 하기때문에 힘들 것 같다.
퍼즐류나 보드게임은 정적이고 느슨한 게임 진행속도로 인해 힘들 것 같다.
가장 가능성 있는 대안으로는 액션류의 FPS가 분대단위의 명령체계를 초월한 다양하고 동적인 전술적 요소를 갖추고, 잘 정제된 게임 규칙이 있다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된다.

물론 이 이전에 선결조건인 대중화되기 위한 요소, 이를테면 절묘한 게임 밸런스, 평균적인 하드웨어 요구사항등을 충족시켜야 할 것 같다.

스타크래프트가 e스포츠의 상업적 가치를 충분히 보여줬으니, 스포츠화를 노리고 만드는 프로젝트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스타크래프트 방송을 심취하면서 보고 있는 사람중 한명으로써, 스타크래프트가 아닌 새로운 게임, 더 나아가 전략시뮬레이션이 아닌 새로운 장르의 게임이 멋지게 나타나 스포츠화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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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izelan

2008/06/04 01:20 2008/06/04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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